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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철폐를 꿈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4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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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4-01-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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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조교수

학창시절의 나는 새해가 되면 꼭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시절 누구나 그러하듯, 새해 달력을 넘기며 달마다 공휴일이 언제인지, 일요일과 겹치지는 않는지, 명절은 일요일과 잘 붙어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그것이었다. 법정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는 날에는 어찌나 억울하던지 몇 번이고 다시금 확인해 보곤 했었다.

지금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어른이 되어 지내고 있지만 올 초에도 어김없이 “공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한번 볼까?” 하며 스마트폰 속 달력을 보고 있었던 나의 마음은 어쩌면 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동심 같은 것 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공휴일을 찾는 나처럼 누군가에게 지금의 4월은 아마도 11월과 마찬가지로 공휴일 하나 없는 흔히 빨간날을 볼 수 없는 그런 시시한 달로 생각될 것이다. 사실, 나에게도 4월은 빨간날이 없는 달인 것은 분명 틀림이 없다. 허나, 물리치료사로 물리치료학과 교수로 재직함과 동시에 ‘ㄷ’발달지원센터의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나로서는 4월은 그 어떤 날보다도 소중하고 기억해야 기념해야할 날이 있는 중요한 달이다.

4월 20일! 바로 ‘장애인의 날’이다.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게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지 못한 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날’은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부터 민간단체인 한국장애인재활협회(전 한국신체장애자재활협회)에서 개최해 오던 4월 20일은 ‘재활의 날’로 정하여 민간행사를 개최하던 것이였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1981년부터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하였다.

그 시작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UN총회는 1981년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는데, 이를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4월 20일 ‘제 1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후 1991년부터는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의 날’의 또 다른 별칭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다. 그래서 정말 많은 것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오늘은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과거 공공연하게 사용됐던 ‘정신박약’(精神薄弱)이란 용어는 ‘지적장애는 성숙, 성장 등에서 개선의 가능성이 없다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아 1989년 정신지체(精神遲滯)로 변경되었고 이후 그 표현도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한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는 지적장애(知的障礙)로 바꿔 부르고 있다. 1989년 심신장애자 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사용된 호칭인 장애자(障碍者)란 표현 역시 인격을 비하하는 ‘놈 자’(者)이고 일본식 표현이라 ‘인’(人)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청원에 따라 1989년 ‘장애인’으로 개칭 되었다.

이후, 장애를 가진 사람을 부를 때 조금 더 부드러운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장애인에게 상처 주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여, 선의의 의미로 벚 우(友)를 사용하여 더 친근감 있는 명칭으로 부르자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올바른 표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장애우’라고 부르지 말아달라는 의견)가 존재한다. 사실 배려의 언어라고 생각 되는 이 말은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장애인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친구(友)의 의미를 지닌 장애우 표현은 장애인에겐 스스로를 ‘장애우’라고 칭할 수 없는 주체성의 한계가 있는 즉, 사용권한이 없는 비장애인 중심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말한 바와 같이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을 부를 때에도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이 일반인과 정상인이라면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고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모두는 상상하지도 못한 유례없는 전염병으로부터의 자유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하였고 그렇게 출발한 2021년의 시간은 벌써 봄기운을 머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위한 이해심과 작은 배려가 더 많은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따스한 봄기운처럼 우리 모두의 사려깊고 세심한 언어가 장애인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물리치료를 통해 장애인 근로자를 비롯하여 취약계층 근로자의 신체적 문제 및 근로자 건강관리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터 건강 운동장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는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학생들의 열정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장애인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더욱더 힘써주기를 바란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