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서랍을 열다-어린 날의 내가 가르쳐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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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석우재활서비스센터장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고,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누군가 "잘 지내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내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과 일상, 관계 속에서 겉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내면에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엉켜 있다.
그럴수록 머릿속은 더 어지럽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일까?’ 하는 질문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정리되지 않은 것은 일정표나 책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런 와중에 아버지께서 챙겨주신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10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먼지가 쌓인 노트를 펼쳐보니 어릴 적 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유치한 고민들과 장난스러운 이야기들 사이에서, 당시 나이답지 않게 제법 성숙한 고민도 발견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꽤 진지하고 사려 깊은 모습이었다. 당시의 일기들을 보며 내 안에 쌓여있던 어지러운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오히려 더 잘 내면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내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비록 서툴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좋은 습관이었다. 반면 지금의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나중에 하면 되지’라는 핑계들만 쌓아가며 점점 나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초등학생 시절의 일기를 보며 깨달았다. 정리라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환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상이나 방, 컴퓨터 폴더 정리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만 신경 써왔던 내게, 진짜 필요한 정리는 내 마음과 생각이었다. 일기를 쓰던 어린 나에게는 그 사실이 자연스럽고 당연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잊고 살았다.
이제 나는 어린 시절의 습관을 다시 꺼내보기로 했다. 하루를 마치며 잠깐이라도 앉아 오늘의 나를 돌아보고, 느낀 것을 글로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잘 쓸 필요는 없다. 문장이 서툴러도 괜찮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표현하고 마주하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의 일기장을 펼쳐보며, 어릴 적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 나는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나 자신과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잊고 있었던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필자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이 있다면 작은 메모장 하나를 꺼내 보길 권하고 싶다. 그것이 스마트폰 메모장이든 오래된 노트든 상관없다. 하루 일정의 일부를 ‘나에게 돌려주는 연습’.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상의 루틴 아닐까.
정리되지 않고 쌓인 생각들이 결국 나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고 다시 가볍게 걷고자 한다. 정신의 서랍을 열고 나의 생각을 글로 꺼내는 일, 그것이 내가 진정 시작하고 싶은 변화의 첫걸음이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고,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누군가 "잘 지내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내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과 일상, 관계 속에서 겉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내면에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엉켜 있다.
그럴수록 머릿속은 더 어지럽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일까?’ 하는 질문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정리되지 않은 것은 일정표나 책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런 와중에 아버지께서 챙겨주신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10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먼지가 쌓인 노트를 펼쳐보니 어릴 적 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유치한 고민들과 장난스러운 이야기들 사이에서, 당시 나이답지 않게 제법 성숙한 고민도 발견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꽤 진지하고 사려 깊은 모습이었다. 당시의 일기들을 보며 내 안에 쌓여있던 어지러운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오히려 더 잘 내면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내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비록 서툴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좋은 습관이었다. 반면 지금의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나중에 하면 되지’라는 핑계들만 쌓아가며 점점 나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초등학생 시절의 일기를 보며 깨달았다. 정리라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환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상이나 방, 컴퓨터 폴더 정리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만 신경 써왔던 내게, 진짜 필요한 정리는 내 마음과 생각이었다. 일기를 쓰던 어린 나에게는 그 사실이 자연스럽고 당연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잊고 살았다.
이제 나는 어린 시절의 습관을 다시 꺼내보기로 했다. 하루를 마치며 잠깐이라도 앉아 오늘의 나를 돌아보고, 느낀 것을 글로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잘 쓸 필요는 없다. 문장이 서툴러도 괜찮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표현하고 마주하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의 일기장을 펼쳐보며, 어릴 적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 나는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나 자신과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잊고 있었던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필자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이 있다면 작은 메모장 하나를 꺼내 보길 권하고 싶다. 그것이 스마트폰 메모장이든 오래된 노트든 상관없다. 하루 일정의 일부를 ‘나에게 돌려주는 연습’.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상의 루틴 아닐까.
정리되지 않고 쌓인 생각들이 결국 나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고 다시 가볍게 걷고자 한다. 정신의 서랍을 열고 나의 생각을 글로 꺼내는 일, 그것이 내가 진정 시작하고 싶은 변화의 첫걸음이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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