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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이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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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24-01-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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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조교수

2020년의 마지막 날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 둘째 아이가 내게 와서 말했다. “아빠 오늘부터 연휴인데 엄마아빠랑 다 같이 보고싶은 영화 봐도 되요?”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해와 언제 종지부를 찍을지 모르는 새해의 접점에서 나와 아내는 두 딸의 애교 섞인 제안을 어쩔 수 없이 허락을... 아니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2020년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즐겁게 마무리 하며 두 딸의 영화보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그 과제는 바로 잠들 때 가족 모두 함께 자야만 하는 3살배기 막내를 재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한방에 모여 자야하는 그리고 절대 잠들면 안되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작전을 세우고 다시 모이기로 하였다.

다행히 작전대로 과제를 수행하고 TV앞에 마주하게 된 우리가 고심 끝에 선택한 영화는 1994년에 개봉한 마스크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두 딸들에게 한해의 끝자락의 아쉬움 따위는 아무런 걱정거리나 미련조차 남지 않는 것이었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 보게 되는 영화였지만 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충분한 영화임에 틀림없음에 아저씨, 아줌마가 된 우리 부부도 다시금 이 영화의 매력 푹 빠져 있었다.

고전 영화에 걸맞게 엔딩장면에서 남녀 주인공의 뜨거운 키스신으로 영화는 막을 내렸고 우리는 감상평을 화답 하듯 박수를 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 주었다는 우쭐한 눈빛을 두 딸에게 연신 보내며 “재미있었어?”라고 물었고 아이들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며 또 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정말 좋았다. 그러나 꿈에도 몰랐다. 이 영화의 엔딩장면이 나에게 아니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게 될 줄이야...

둘째 딸의 이 한마디와 함께 말이다. “아빠 왜 미국사람들은 키스를 이상하게 해?? 진짜 이상해. 다른 사람 입술을.. 진짜 이상해”

아동발달과 관련된 개념으로 성장과 성숙, 학습이라는 개념이 있다. 성장은 신체의 크기나 능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주로 양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성숙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달적 변화들이 통제되는 생물학적 과정을 말한다. 한편 학습은 직접 또는 간접 경험의 산물로서 훈련이나 연습에 기인하는 발달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간의 발달은 성장, 성숙, 학습의 세 과정이 공존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즉, 일생을 통하여 성장, 성숙, 학습에 의해 이루어지는 변화과정이 바로 인간 발달이다.

이 개념적 의미는 15년 넘게 소아물리치료를 전공한 나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의 성교육에 대해서는 좌절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가정에서 엄마, 아빠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것이 아이의 성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도 둘째딸이 말을 한 그 순간, 쉽지 않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상생활 속에서 간접적으로 성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는 두 딸을 마주하며 '언제 이렇게 컸지? 시간 참 빠르구나'를 매번 새삼스럽게 느끼며 살고 있었던 내게 두 딸들은 또 다른 숙제를 안겨 주었다.

‘요즘 아빠들이 힘든걸까?’ 아니면 ‘내가 참 무지한 걸까?’ 육아에 힘들어하는 아빠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져 보고 싶은 오늘이다.

“모두들 준비 되셨나요? 이세상의 모든 아빠들 힘내세요!!”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