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이 가득한 우리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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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조교수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을 겪은 뒤로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었다. 1960년대 이후로부터 시작된 경제성장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단기간인 30~40년 만에 눈부신 성과를 달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허나 이 과정에서 도입된 서구의 의식과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들 사이에서 많은 괴리감이 있어 갈등도 존재하였고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뉴스에서는 물질 만능주의, 오렌지족, X세대 등의 이야기들은 그 시절 빠질 수 없는 사회적 문제였다.
이후 삐삐의 대중화로 테이블마다 동전 공중전화기를 비치해 놓은 커피숍도 생기고, 공중전화카드는 불티나게 팔렸으며, 오죽하면 공중전화를 오래한다는 이유로 흉기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일이 뉴스의 소재로 종종 소개가 되곤 했다. 요즘의 청소년 들이나 20대들에게 이런 물질 만능주의, 오렌지족, 삐삐는 그저 추억의 뉴스 소재로만 치부되겠지만, 그 시절 10대, 20대를 보낸 나로서는 지금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실 나는 결혼 후 아내가 아이들을 출산하고 함께 양육과 훈육을 함에 있어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기로 약속을 했다.
퇴근 후 가장 먼저 아이와 5분~10분을 꼭 먼저 놀아주기, 집에 오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스마트기기 사용하지 않기, 집에서는 밖에서든 식사시간에 절대 스마트 폰, TV, 테블릿 등을 보여주지 않기, 물론 나 혼자서 밥을 먹을때도 예외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폰은 중학교 입학선물로 사주기.
맨 처음 언급한 퇴근 후 가장 먼저 5~10분간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빠가 나 혹은 우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우선시 하는 구나’ 라고 인식시켜 줄 수 있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 정서적 안정감과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의 규칙에 대한 약속들은 모두 스마트 폰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사주고 나면 사주는 순간부터 후회하고, 사주지 않으면 사줄 때 까지 시달리고 들볶이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정답은 '스마트 폰!'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첫째아이의 나이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8살? 9살 때 “크리스마스를 열흘쯤 앞두고 있는 날이었다. 아내가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야기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글쎄 스마트 폰이 가지고 싶다고 울먹이며 이야기 하더라”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지금 사주긴 조금 그렇지”라고 말하는 내게 아내는 “처음에는 뭘 받고 싶은지 이야기를 안하길래 괜찮다고 이야기 해보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더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말이 스마트 폰이 가지고 싶은데 어차피 아빠가 안사줄거 같아서 이야기 안했던 거래.” 라고 말을 했다. 나는 망설여지는 마음을 고쳐 먹고 힘을 주어 단호하게 말했다. “스마트 폰은 안돼, 우리 모두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설득하고 이해시켜보자.”
“아빠 우리반에서 나만 스마트 폰이 없는거 같아”라고 말하는 이제 4학년 3학년이 된 두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자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아니 더 독하게 마음먹고 대학교 입학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는 내게 ‘요즘시대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반문하고 싶다. “실리콘밸리의 2세들이 다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도르프 초등학교를 아시는지?” 창의적 사고, 인간 교류, 주의력 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구비하지 않고 휴대폰, 아이패드, 노트북 등 다른 디지털기기도 못가져오게 하는 이 사립학교는 대부분의 국내 학교들이 컴퓨터를 한 대라도 더 구입해 교실을 디지털화하려는 기조와는 정반대다.
물론 이학교의 ‘디지털 제로 ’학습 방침은 교육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허나 이 학교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은 아날로그교육방식이 결코 디지털 교육방식에 뒤처지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어릴 때 컴퓨터를 안배우면 디지털 시대에 뒤진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좀 더 큰 뒤에 컴퓨터에 익숙해 지는게 무엇이 잘못된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옛말에 이런말이 있다. 남의 힘을 빌리면 내힘은 약해진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편리함 때문에 나약해지지 않기를... 부모님들 또한 아이들의 눈물에 마음 약해지지 않기를...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을 겪은 뒤로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었다. 1960년대 이후로부터 시작된 경제성장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단기간인 30~40년 만에 눈부신 성과를 달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허나 이 과정에서 도입된 서구의 의식과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들 사이에서 많은 괴리감이 있어 갈등도 존재하였고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뉴스에서는 물질 만능주의, 오렌지족, X세대 등의 이야기들은 그 시절 빠질 수 없는 사회적 문제였다.
이후 삐삐의 대중화로 테이블마다 동전 공중전화기를 비치해 놓은 커피숍도 생기고, 공중전화카드는 불티나게 팔렸으며, 오죽하면 공중전화를 오래한다는 이유로 흉기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일이 뉴스의 소재로 종종 소개가 되곤 했다. 요즘의 청소년 들이나 20대들에게 이런 물질 만능주의, 오렌지족, 삐삐는 그저 추억의 뉴스 소재로만 치부되겠지만, 그 시절 10대, 20대를 보낸 나로서는 지금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실 나는 결혼 후 아내가 아이들을 출산하고 함께 양육과 훈육을 함에 있어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기로 약속을 했다.
퇴근 후 가장 먼저 아이와 5분~10분을 꼭 먼저 놀아주기, 집에 오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스마트기기 사용하지 않기, 집에서는 밖에서든 식사시간에 절대 스마트 폰, TV, 테블릿 등을 보여주지 않기, 물론 나 혼자서 밥을 먹을때도 예외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폰은 중학교 입학선물로 사주기.
맨 처음 언급한 퇴근 후 가장 먼저 5~10분간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빠가 나 혹은 우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우선시 하는 구나’ 라고 인식시켜 줄 수 있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 정서적 안정감과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의 규칙에 대한 약속들은 모두 스마트 폰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사주고 나면 사주는 순간부터 후회하고, 사주지 않으면 사줄 때 까지 시달리고 들볶이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정답은 '스마트 폰!'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첫째아이의 나이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8살? 9살 때 “크리스마스를 열흘쯤 앞두고 있는 날이었다. 아내가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야기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글쎄 스마트 폰이 가지고 싶다고 울먹이며 이야기 하더라”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지금 사주긴 조금 그렇지”라고 말하는 내게 아내는 “처음에는 뭘 받고 싶은지 이야기를 안하길래 괜찮다고 이야기 해보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더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말이 스마트 폰이 가지고 싶은데 어차피 아빠가 안사줄거 같아서 이야기 안했던 거래.” 라고 말을 했다. 나는 망설여지는 마음을 고쳐 먹고 힘을 주어 단호하게 말했다. “스마트 폰은 안돼, 우리 모두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설득하고 이해시켜보자.”
“아빠 우리반에서 나만 스마트 폰이 없는거 같아”라고 말하는 이제 4학년 3학년이 된 두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자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아니 더 독하게 마음먹고 대학교 입학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는 내게 ‘요즘시대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반문하고 싶다. “실리콘밸리의 2세들이 다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도르프 초등학교를 아시는지?” 창의적 사고, 인간 교류, 주의력 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구비하지 않고 휴대폰, 아이패드, 노트북 등 다른 디지털기기도 못가져오게 하는 이 사립학교는 대부분의 국내 학교들이 컴퓨터를 한 대라도 더 구입해 교실을 디지털화하려는 기조와는 정반대다.
물론 이학교의 ‘디지털 제로 ’학습 방침은 교육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허나 이 학교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은 아날로그교육방식이 결코 디지털 교육방식에 뒤처지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어릴 때 컴퓨터를 안배우면 디지털 시대에 뒤진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좀 더 큰 뒤에 컴퓨터에 익숙해 지는게 무엇이 잘못된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옛말에 이런말이 있다. 남의 힘을 빌리면 내힘은 약해진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편리함 때문에 나약해지지 않기를... 부모님들 또한 아이들의 눈물에 마음 약해지지 않기를...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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