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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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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2회 작성일 24-01-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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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석우재활서비스센터장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마침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어릴적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자니 내심 쑥스러운 생각에 뒤늦은 퇴근길, 저녁식사도 생략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수제식혜를 사 들고 본가를 방문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늦은 시각 귀가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배웅을 뒤로하며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릴 적 부모님과의 추억들을 되뇌이면서 부모님과 누나 형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던 날들이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업 성적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다고 한다. 이는 학업 성취도가 높고 고교 자퇴율이 낮은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과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고자 하버드 대학 연구진들은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는 3세의 자녀를 둔 중·저소득층 85가구를 선정하였다.

그들의 가설은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언어능력 및 학습능력 부진이 영향을 줄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연구진들은 연구대상인 아동과 보호자들이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나눈 일상적인 대화를 2년간 녹음하였다. 여기서 장난감이나 부모와 함께 읽는 책이 학업 성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연구대상인 아이들에게 동일한 책과 장난감을 제공했고 녹음기에는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어떻게 학업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감없이 담아냈다.

연구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과 교육환경이 저조하기에 학업 성취가 낮을 것이라는 가설을 보기 좋게 빗나간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연구진은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가족식사의 횟수와 양질의 대화에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즉, 아이의 언어능력이 부모의 소득 수준, 고가의 교구나 장난감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이러한 학습환경이 충분치 않더라도 부모와 가족식사를 많이 한 아이들의 학습환경이 좋은 아이들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가족식사 중 대화는 단지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이며, 아이들의 학습은 부모들이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거나 교구학습 등의 지적활동의 효과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이 연구를 계기로 미국은 가족식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매년 9월 넷째 주 월요일을 '가족 식사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호르몬은 정서적 지지를 받고 대화를 주고 받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많이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사춘기 학생의 뇌발달과 정서적 안정에 관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가족 식사 중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우리 옛말에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가족식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권위가 밥상머리에서 존재하지 않도록 또 너무도 통상적인 질문보다는 색다른 질문이나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질문을 하는 부모들의 지혜의 필요라고 하겠다.

막상 실천이 어렵다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밥상머리에 함께 하는 것이 행복임을 상기하는 5월이길 바라며,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존경하고 또 사랑합니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