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과 물리치료사의 눈으로 찾아낸 척추측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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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석우재활서비스센터장
얼마 전 둘째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벗는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딸의 어깨의 비대칭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전반적으로 견갑대의 하각, 옆구리와 팔의 공간이 한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물리치료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보아온 경험 덕분에 나에게는 그 작은 변화가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신호를 놓치기 쉬울 것이다. 병원에서 X-ray 확인 결과, 딸의 경우, 척추측만증 증상이 있었다. 다행히 빠른 발견 덕분에 특히 코브 각도(Cobb's Angle)를 기준으로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코브각도 약15도 정도) 수술이나 보조기 착용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필자가 물리치료사가 아니었다면, 작은 어깨의 비대칭을 놓쳤다면, 치료 시기를 놓친 척추측만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기 쉽고,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까지 필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척추측만증 수술은 문제의 개선보다는 2차적인 문제를 방지하고자 몸통의 움직임을 모두 제한하는 방식의 수술이기에 사실상, 기능적 움직임을 모두 제한한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작은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척추측만증은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척추측만증 환자는 총 9만 4845명에 달하고 이 중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무려 41.6%에 달했다. 특히 여아의 발병률이 남아보다 1.5~2배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나 인대 등이 약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척추측만증연구회(Scoliosis Research Society)의 보고에서도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Adolescent Idiopathic Scoliosis, AIS)의 유병률은 약 2~4%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의 경우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많으며,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신체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성장기 급격한 신체 변화와 나쁜 자세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아이들이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하거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척추측만증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에는 통증이 없어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척추 변형이 심해져 성인이 된 후 만성 통증과 자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학습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기 발견이 늦어질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만성적인 통증과 자세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통증이 없어 부모나 교사들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관리다.
딸의 척추측만증을 발견한 이후, 필자의 지인인 물리치료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다니면서 또 내가 할 수 있는 치료를 틈틈이 하였고, 당사자인 딸에게도 지속적인 자세 교정에 대한 교육을 통해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노력하도록 한 2달여 만에 X-ray 결과에서 코브 각도가 이전보다 5도 감소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고 신경 쓰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딸아이를 보면서, 부모로서의 책임과 물리치료사로서의 사명감도 느낄 만큼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많은 학부모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자세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아이들이 성장기에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를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으로 거북목, 둥근 등, 척추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척추측만증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부모들이 정기적으로 아이의 척추 건강을 확인하고, 필요 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가정에서도 척추측만증의 조기 발견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가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자가 진단법이 있다
▷어깨 높이 차이: 양쪽 어깨를 비교했을 때 한쪽이 더 올라가 있지는 않은가?
▷골반 비대칭: 바르게 서 있는 상태에서 골반이 기울어져 있지 않은가?
▷등의 불균형: 허리를 굽혔을 때 한쪽 등이 더 튀어나와 보이는가?
▷척추의 곡선 확인: 뒤에서 봤을 때 척추가 일직선이 아닌 S자 형태로 휘어있지 않은가?
또한, 예방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절대적인 필수요건이다. 책상에 앉을 때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허리를 곧게 펴게 하고, 가방은 양쪽 어깨로 균형 있게 메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스트레칭과 척추 강화 운동은 척추측만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척추측만증은 분명 조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아이를 향한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물리치료학과 교수로서 필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척추측만증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작 내 아이의 건강에서 이를 확인했을 때, 그 중요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로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완하고, 그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오늘 잠깐이라도 자녀의 자세를 유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 작은 관심이 미래의 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얼마 전 둘째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벗는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딸의 어깨의 비대칭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전반적으로 견갑대의 하각, 옆구리와 팔의 공간이 한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물리치료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보아온 경험 덕분에 나에게는 그 작은 변화가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신호를 놓치기 쉬울 것이다. 병원에서 X-ray 확인 결과, 딸의 경우, 척추측만증 증상이 있었다. 다행히 빠른 발견 덕분에 특히 코브 각도(Cobb's Angle)를 기준으로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코브각도 약15도 정도) 수술이나 보조기 착용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필자가 물리치료사가 아니었다면, 작은 어깨의 비대칭을 놓쳤다면, 치료 시기를 놓친 척추측만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기 쉽고,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까지 필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척추측만증 수술은 문제의 개선보다는 2차적인 문제를 방지하고자 몸통의 움직임을 모두 제한하는 방식의 수술이기에 사실상, 기능적 움직임을 모두 제한한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작은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척추측만증은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척추측만증 환자는 총 9만 4845명에 달하고 이 중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무려 41.6%에 달했다. 특히 여아의 발병률이 남아보다 1.5~2배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나 인대 등이 약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척추측만증연구회(Scoliosis Research Society)의 보고에서도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Adolescent Idiopathic Scoliosis, AIS)의 유병률은 약 2~4%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의 경우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많으며,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신체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성장기 급격한 신체 변화와 나쁜 자세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아이들이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하거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척추측만증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에는 통증이 없어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척추 변형이 심해져 성인이 된 후 만성 통증과 자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학습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기 발견이 늦어질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만성적인 통증과 자세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통증이 없어 부모나 교사들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관리다.
딸의 척추측만증을 발견한 이후, 필자의 지인인 물리치료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다니면서 또 내가 할 수 있는 치료를 틈틈이 하였고, 당사자인 딸에게도 지속적인 자세 교정에 대한 교육을 통해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노력하도록 한 2달여 만에 X-ray 결과에서 코브 각도가 이전보다 5도 감소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고 신경 쓰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딸아이를 보면서, 부모로서의 책임과 물리치료사로서의 사명감도 느낄 만큼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많은 학부모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자세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아이들이 성장기에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를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으로 거북목, 둥근 등, 척추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척추측만증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부모들이 정기적으로 아이의 척추 건강을 확인하고, 필요 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가정에서도 척추측만증의 조기 발견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가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자가 진단법이 있다
▷어깨 높이 차이: 양쪽 어깨를 비교했을 때 한쪽이 더 올라가 있지는 않은가?
▷골반 비대칭: 바르게 서 있는 상태에서 골반이 기울어져 있지 않은가?
▷등의 불균형: 허리를 굽혔을 때 한쪽 등이 더 튀어나와 보이는가?
▷척추의 곡선 확인: 뒤에서 봤을 때 척추가 일직선이 아닌 S자 형태로 휘어있지 않은가?
또한, 예방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절대적인 필수요건이다. 책상에 앉을 때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허리를 곧게 펴게 하고, 가방은 양쪽 어깨로 균형 있게 메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스트레칭과 척추 강화 운동은 척추측만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척추측만증은 분명 조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아이를 향한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물리치료학과 교수로서 필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척추측만증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작 내 아이의 건강에서 이를 확인했을 때, 그 중요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로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완하고, 그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오늘 잠깐이라도 자녀의 자세를 유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 작은 관심이 미래의 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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